
조용한 사무실이나 회의 중에 갑자기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울려 퍼져 민망했던 경험, 누구나 한 번쯤 있으실 겁니다. 배에서 나는 이 소리를 전문 의학 용어로 장음이라고 부릅니다. 장음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1분에 5회에서 34회 정도 꼬르륵 또는 졸졸 흐르는 듯한 작은 소리로 들리는 것이 정상적인 신체의 반응입니다.
장음은 장이 정상적으로 운동하면서 나는 소리입니다. 즉, 장이 건강하게 운동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인 것입니다. 특히 장음은 배가 고플 때나 배가 부를 때 자주 발생합니다.
배고플 때 소리가 나는 과학적 원리
연동 운동의 시작
배가 고프면 우리 뇌는 위에 신호를 보내어 소화관의 운동을 촉진합니다. 이는 주로 그렐린이라는 호르몬에 의해 촉발됩니다. 그렐린은 배고픔을 유발하고, 위와 장의 운동을 촉진하는 역할을 합니다.
꼬르륵 소리는 위와 장의 근육이 수축하며 내용물을 이동시키는 이동 복합운동 과정에서 생기는 현상으로 위장과 장에서 음식, 액체, 그리고 가스가 이동할 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공기와 액체의 움직임
일반적으로 배에서 나는 소리는 액체 상태에서 가스가 차오르면서 나는데, 소화기관의 각기 다른 부위가 수축하면서 발생합니다. 액체는 소화 분비물과 음료 등이 혼합된 것이며, 배가 고플 때 무언가를 먹고 싶다는 생각이 위장에서 산을 분비시키고 위를 수축시키기 때문에 꼬르륵 소리가 들리게 되는 것입니다.
가장 큰 소리는 위장이나 대장에서 나옵니다. 대장에서 발생하는 가스는 수소와 메탄, 이산화탄소가 혼합된 것으로 작은창자에서 완전히 소화되지 못한 음식이 발효되면서 생긴 것입니다.
공복일 때 소리가 더 큰 이유
공복 상태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더 크게 납니다. 이때는 위와 장에 음식물보다 공기가 더 많아 공기가 움직이면서 소리가 크게 날 수 있습니다. 공복이라 위, 소장, 대장 등에 음식물이 거의 남아있지 않거나 소량만 있을 때, 장기의 빈 공간에 있는 공기의 움직임으로 인해 소리의 울림이 커질 수 있습니다.
위와 장의 이동 복합운동은 주기적으로 장을 청소하고 남은 찌꺼기를 대장으로 밀어내는 역할로 보통 식후 4시간에서 5시간이 지나면 소장이 비워지고 음식물이 대장으로 넘어갑니다. 이때 공복 상태에서 위가 비어 있을 때도 위와 소장은 계속해서 운동을 하는데, 위나 소장에 음식물이 없고 공기만 차 있다면 위 벽의 운동 작용으로 공기가 움직이면서 소리가 날 수 있습니다.
배고프지 않은데도 소리가 날 때
배가 딱히 고프지 않은데도 소리가 나기도 합니다. 꼬르륵 소리는 배고픔 이외의 다른 이유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공기가 많이 들어간 경우
공기가 많이 들어가는 음식을 먹어도 꼬르륵 소리가 잘 납니다. 탄산음료, 껌 등은 몸 안에 공기를 채웁니다. 이산화탄소가 든 탄산음료는 위를 팽창시켜 공기의 양을 늘립니다. 껌도 씹는 과정에 입안으로 공기가 많이 들어갑니다. 흡연을 하거나 식사 시 음식과 함께 공기가 몸에 많이 들어가면 꼬르륵 소리는 더 쉽게 납니다.
말을 많이 했거나 음식을 급하게 먹어 공기가 유입됐거나, 격렬한 운동을 했거나, 껌을 씹거나 사탕을 먹었다면 들이마신 공기가 장까지 전달돼 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가스를 많이 만드는 음식
가스를 많이 만드는 음식을 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밀가루, 콩, 유제품 등은 가스가 많이 차게 하는 대표적인 식품입니다. 이러한 음식을 피함으로써 가스도 덜 차고 소리도 덜 날 수 있습니다.
포드맵 식품은 소화 효소로 잘 분해되지 않는 당 성분이라 가스를 많이 만들어내게 됩니다. 유제품, 통곡물, 밀가루, 사과, 배, 수박, 양파, 브로콜리, 양배추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장운동이 과도하게 활발한 경우
장운동이 과도하게 활발할 때도 소리가 크게 납니다. 꼬르륵 소리가 심하다면 장 건강이 나쁘거나 관련 질환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대장 근육이 과하게 수축해 발생하는 과민성대장 증후군은 복통, 복부팽만, 설사 등을 일으킵니다. 대부분의 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는 장내 가스를 바깥으로 잘 배출하지 못합니다. 그 결과 가스가 장 안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꼬르륵 소리를 유발합니다.
지금까지 배고플 때 소리가 나는 과학적 이유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꼬르륵 소리를 줄이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꼬르륵 소리 줄이는 방법
소화를 돕는 매실차, 생강차, 페퍼민트 차 등도 소리 완화에 도움 됩니다. 위장 기능이 약해서 소리가 나는 경우에는 생강차와 계피 차를, 몸이 습한 경우에는 율무차를, 열이 많고 설사를 하는 경우에는 홍시와 감을 챙겨 먹는 것이 좋습니다.
물 충분히 마시기
물을 충분히 마시면 배 속에서 가스가 과도하게 생기는 것을 막고 소화를 도울 수 있습니다.
천천히 씹어 먹기
음식을 꼭꼭 씹어 먹는 것은 소화를 도우며 꼬르륵 소리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줍니다. 식사 중 말을 많이 하거나, 껌을 씹거나, 탄산을 많이 섭취하는 등 공기가 위장으로 많이 들어가게 되는 경우 소리가 커지게 됩니다.
적당한 포만감 유지
포만감을 적당히 유지하면 배가 고플 때 나는 꼬르륵 소리를 줄일 수 있습니다. 초콜릿, 사탕, 음료수 등 간단한 간식 등을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탄산음료는 위의 공기량을 늘려 오히려 소리가 심해질 수 있어 주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땅콩이나 호두와 같은 견과류, 방울토마토나 딸기와 같은 작은 과일 몇 개를 간식으로 먹는다면 꼬르륵 소리를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긴급 대처법
배에서 소리가 날 때 가장 많이 하는 방법 중 하나가 복근에 힘을 주는 것입니다. 복근에 살짝 힘을 주어 배를 수축시키면 일시적으로 장의 움직임을 억제할 수 있습니다. 배에서 소리가 날 때 그냥 두는 것과 힘을 주는 것과 차이가 있는데, 힘을 주게 되면 소리가 크게 나지 않기 때문에 조금은 민망한 상황을 피할 수 있습니다.
배를 감싸듯이 지그시 누르면 배에서 나오는 소리를 조금은 억제할 수 있습니다. 허리를 곧게 펴고 배에 힘을 주거나 배꼽 아래를 손으로 지압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신경 쓰고 집중하는 상황에서 소리가 나면 위장에 압박을 가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배고파서 소리가 날 때는 숨을 깊게 들이쉬면 오히려 장 속에 공기가 많아져 역효과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병원을 찾아야 할 때
대개 식후에 나는 장음은 공복에 나는 장음보다 작아 청진기로 들어야 들릴 정도입니다. 꼬르륵 소리가 지극히 정상적인 현상이지만, 음식 조절을 해도 증상이 낫지 않으면 병원을 찾아 질환 여부를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복통, 설사, 복부 팽만 등 다른 증상이 동반되면서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난다면 과민성 장 증후군, 대장이나 소장의 종양, 염증성 장 질환 등이 원인일 수 있습니다. 꼬르륵 소리와 함께 몸이 피로하고, 추위를 타고, 살이 찐다면 갑상선기능저하증이 있는지도 확인해 봐야 합니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소리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거나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다면 의사와 상담을 해보는 것이 좋습니다.